meta name="google-site-verification" content="FVqemq6HeP6sTZUYND 빈 요람 가득한 케이지, 로마에서 강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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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시 이야기

빈 요람 가득한 케이지, 로마에서 강남까지...

 

 

 

로마의 그림자, 현대의 거울, 키케로의 경고와 문명의 운명

 

2천 년을 관통하는 한 철학자의 탄식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이 제정으로 넘어가던 격변의 시대. 포룸 로마눔의 웅장한 기둥 사이를 거닐던 한 철학자가 있었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그는 웅변가이자 정치가이며, 무엇보다 로마의 전통과 가치를 사랑했던 보수주의자였다.

 

그런 키케로의 눈에 비친 당시 로마 사회의 모습은 우려스러웠다. 지중해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의 수도 로마, 온갖 부와 사치가 넘쳐나는 그 도시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로마 시내를 보라. 여인들이 아이들은 안고 다니지 않고 애완동물만 안고 다닌다.

 

키케로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개인적 불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로마 문명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2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팍스 로마나의 역설, 번영이 가져온 위기

 

로마 제국 전성기, 그들이 자랑스럽게 부르던 팍스 로마나의 시대였다. 브리타니아에서 이집트까지, 갈리아에서 메소포타미아까지, 로마의 독수리 깃발이 펄럭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경제는 번영했고, 문화는 꽃피웠으며, 과학기술은 발전했다.

 

그런데 바로 이 번영 속에서 키케로는 문명의 종말을 예감했다. 로마 상류층 여성들의 생활 패턴을 관찰하면서 그는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로마 여성들의 최고 덕목은 '모성'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곧 로마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자랑이었다.

 

하지만 키케로가 목격한 현실은 달랐다. 부유한 귀족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기피했다. 대신 그들의 관심은 화려한 드레스, 값비싼 보석, 그리고 애완동물에 쏠려 있었다. 특히 그리스에서 들여온 작은 개들이나 이국적인 새들을 치장시켜 안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키케로는 이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님을 간파했다. 그것은 로마 사회의 근본적 가치관의 변화를 의미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보다는 개인적 쾌락을,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현재의 향유를, 힘든 현실보다는 안락한 도피를 선택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 로마 상류층의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졔다.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아이를 낳아도 노예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교생활에만 몰두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아우구스투스가 훗날 강력한 결혼법과 출산 장려책을 펼쳐야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현재 진행형인 키케로의 예언

 

2천 년이 흐른 지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어느 카페. 명품 핸드백을 든 젊은 여성이 조그마한 포메라니안을 품에 안고 들어선다. 강아지는 분홍색 리본을 머리에 달고, 작은 옷까지 입고 있다. 그녀는 강아지에게 생수를 주고, 전용 간식을 먹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키케로가 우려했던 그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6조 원을 넘어섰다. 전국 반려동물 수는 1,500만 마리에 달해, 0세에서 9세 아동 인구 395만 명의 거의 4배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4족 자식, 반려견은 가족이라는 표현이 일상화되었다. 강아지 유모차가 공원을 누비고, 반려동물 전용 카페와 호텔,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성업 중이다.

 

한편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부정적으로 변했다. 아이는 사치품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솔로 경제, 딩크족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물어보자. 강아지 키우는 비용과 아이 키우는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부담스럽냐고. 대부분은 주저 없이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강아지에게는 월 50만 원도 기꺼이 쓰면서, 아이 교육비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왜 애완동물인가?, 책임 없는 사랑의 유혹

 

키케로가 로마 여성들의 애완동물 사랑을 비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동물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 현상 뒤에 숨어있는 더 깊은 문제를 간파했다.

 

아이를 기르는 것과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아이는 독립적 인격체로 성장한다.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고, 때로는 반항하며,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반면 애완동물은 평생 주인에게 의존적이다. 주인이 원하는 대로 훈련시킬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

 

현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통제 가능성 때문이다. 아이는 18년 이상의 장기적 책임을 요구하지만, 애완동물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아이는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애완동물은 그보다 훨씬 저렴하다.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에게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생활패턴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인생 목표의 재설정 등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 반면 애완동물은 기존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기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인들은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선택한다. 사랑하고 싶지만 책임지기는 싫고,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희생은 최소화하고 싶어한다. 애완동물은 이런 모순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완벽한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키케로는 이것이 착각임을 알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과 성장은 어려움과 희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문명의 지속은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로마의 종말, 그리고 우리의 미래

 

키케로의 우려는 기우였을까? 역사가 답을 준다. 로마 제국은 결국 멸망했다. 물론 그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야만족의 침입, 경제적 위기, 정치적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구 감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출산율 저하로 시작된 로마의 인구 위기는 여러 악순환을 불러왔다. 우선 세수가 줄어들었다. 세금을 낼 로마 시민이 줄어드니 국가 재정이 악화되었다. 군대 모집도 어려워졌다. 로마군의 주력이었던 로마 시민병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로마는 야만족을 용병으로 고용해야 했고, 이들에게 로마 시민권까지 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로마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았다. 로마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결국 이들이 로마를 멸망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은 암흑시대로 접어들었다. 찬란했던 로마 문명의 업적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도시들은 폐허가 되었으며, 학문과 예술은 쇠퇴했다. 키케로가 그토록 사랑했던 로마의 가치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졔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가?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현재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한국 인구는 20703,700만 명으로 감소한다. 2120년에는 1,700만 명까지 줄어든다. 이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폐교가 늘어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농촌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 국민연금 고갈,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화적 단절이다. 한국의 전통 가치, 가족 중심의 문화, 효 사상 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현재 중심적 사고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는 로마 말기의 상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문명의 성공이 낳은 역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문명이 발달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지는 것일까? 이는 인류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비잔틴 제국 등 모든 고도 문명이 겪은 공통된 현상이다.

 

첫째, 개인주의의 확산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강조된다. 전통적 공동체의 구속력은 약해지고, 개인의 선택권은 확대된다. 결혼과 출산도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된다.

 

둘째, 기회비용의 증가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기회가 늘어날수록,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은 커진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질수록 이 경향은 강해진다.

 

셋째, 불확실성의 증가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클수록 사람들은 장기적 투자를 꺼린다. 경제 위기, 사회 불안, 환경 문제 등이 미래를 어둡게 만들 때,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의지는 약해진다.

 

넷째, 가치관의 변화다. 전통 사회에서 최고 가치였던 '가족', '공동체', '희생'이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 '자유', '성취'로 바뀌었다. 이런 가치관 하에서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마지막으로 대안재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가족 관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정서적 만족을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도 얻을 수 있다. 반려동물, SNS, 온라인 커뮤니티, 취미 활동 등이 그 대안들이다.

 

해법은 있는가? 역사의 교훈과 현실의 딜레마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역사를 보면 몇 가지 시도들이 있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법적 강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결혼과 출산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독신자에게는 불이익을, 다자녀 가정에는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제한적이었다. 법으로 사랑을 강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현대 일부 국가들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적극적 출산 장려책, 싱가포르의 결혼 중개 서비스, 헝가리의 파격적 출산 지원금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대부분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가치관의 변화에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감정, '개인적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라는 자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가치관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제도, 주거정책, 고용구조, 사회보장제도 등이 모두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나아가 문화적 혁신도 필요하다.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로 인식하고, 모든 구성원이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 아이 키우는 부모를 사회가 지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키케로의 경고를 넘어서

 

키케로가 2천 년 전 로마에서 목격했던 현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재현되고 있다. 여성들이 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안고 다니는 모습, 그 안에 담긴 문명사적 의미를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로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배웠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지혜를 축적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강제가 아닌 설득을, 처벌이 아닌 보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의 투자라는 것, 아이들이 현재의 부담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키케로의 탄식이 예언이 아닌 경고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로마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강남 카페에서 포메라니안을 안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그리고 그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모두에게 키케로의 목소리가 2천 년의 시공간을 넘어 울려온다. 문명의 미래를 생각해보라. 우리가 선택한 편안함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그 답은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빈 요람 가득한 케이지, 로마에서 강남까지...

 

포룸 로마눔 석양이 질 때

키케로는 한숨을 내쉬었네

로마 시내를 보라 그가 말했지

여인들이 아이는 안고 다니지 않고

강아지만 품에 안고 다닌다

 

팍스 로마나 황금의 시대

번영 속에 숨겨진 그림자

전통은 무너지고 가치는 변해가고

문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었네

 

 

로마의 그림자가 우리 위에

2천 년을 넘어 드리워져

아이 울음소리 대신 강아지 짖는 소리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키케로의 경고가 메아리쳐

문명아, 어디로 가고 있느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로마의 길을 걸을 것인가

 

 

강남 카페 어느 오후

포메라니안을 안은 여인

분홍 리본 작은 옷까지 입힌 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네

 

합계출산율 영점칠팔

세계 최저의 숫자가 말하고 있어

펫팸족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는 사랑을 대신하고 있어

 

 

로마의 그림자가 우리 위에

2천 년을 넘어 드리워져

아이 울음소리 대신 강아지 짖는 소리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키케로의 경고가 메아리쳐

문명아, 어디로 가고 있느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로마의 길을 걸을 것인가

 

 

왜 우리는 선택했을까

편안한 사랑을 통제되는 관계를

아이는 사치라 말하면서도

강아지에겐 월 오십만 원을 써

 

책임 없는 따뜻함을 원했고

예측 가능한 행복을 꿈꿨지만

문명은 다음 세대를 통해서만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잊었네

 

서로마는 결국 무너졔고

암흑의 중세가 찾아왔네

찬란했던 그 모든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어

 

이천칠십년 삼천칠백만

우리의 미래도 예고되어 있어

폐교가 늘어가는 이 땅에서

누가 우리의 꿈을 이어갈까

 

 

로마의 그림자가 우리 위에

하지만 우리는 달라질 수 있어

아이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그런 미래를 만들 수 있어

 

키케로의 경고를 넘어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자

선택의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우리의 답을 찾아가자

 

 

포메라니안을 안은 당신에게

이천 년을 넘어 전하는 메시지

문명의 미래를 생각해보라

우리가 선택한 편안함의 대가를

 

로마의 그림자... 우리의 내일...

선택은 이제 우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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