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1. 속담의 의미와 기원
본적 의미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은 적절하고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천 냥'은 조선시대의 화폐 단위로, 현대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00만원~700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 즉, 엄청난 빚을 단 한마디 말로 갚을 수 있다는 것은 말의 가치와 영향력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역사적 배경
이 속담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자신을 베는 칼이다"라는 의미로, 말의 중요성을 경계하는 가르침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신분 사회에서 백성들이 적절한 말 한마디로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거나 문제를 해결했던 여러 사례들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이 속담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2. 속담을 통해 배우는 교훈
말의 힘에 대한 깨달음
이 속담은 우리에게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일깨워줍니다. 말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황을 변화시키며, 관계를 회복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대화의 중요성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모든 관계의 기본입니다. 이 속담은 적절한 말로 오해를 풀고, 갈등을 해소하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한 마디의 진심 어린 사과나 이해의 표현이 얼마나 큰 치유력을 갖는지 알려줍니다.
상황 판단과 지혜의 필요성
천 냥의 빚을 갚을 만큼 가치 있는 말을 하려면 단순히 말재주가 좋아서는 안 됩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3. 대표적 사례와 이야기
백정과 양반의 이야기
옛날 박상길이란 이름을 가진 한 중년의 백정이 있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오만한 양반과 그의 형인 인자한 양반이 있었는데, 하루는 오만한 동생이 백정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이놈, 상길이 놈아. 여기 고기 한 근만 가져오너라."
백정은 고기 한 근을 썰어다 내어주었습니다.
잠시 후 인자한 형이 찾아와 말하였습니다:
"여보시오,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오."
백정은 기분이 좋아져서 고기를 먼젓번 양반의 것보다 큼직하게 썰어 그 양반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이를 본 첫 번째 양반은 화를 내며 왜 자신의 것보다 형의 것을 더 크게 주었는지 추궁했고, 백정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대감께서 사 가신 고기는 상길이가 드린 것이고, 저 분이 사 가신 고기는 박 서방이 드린 것이옵니다. 어찌 같을 수가 있으리이까?"
이 말 한마디에 양반은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호칭 하나의 차이로 인한 대우의 차이를 지적한 백정의 지혜로운 한마디가 불평등한 상황을 명확히 드러낸 사례입니다.
티토 대통령의 일화
어느 시골 마을의 작은 성당에서 잡일을 하는 아이가 실수로 주일 미사용 포도주 그릇을 떨어뜨렸습니다. 신부는 화를 내며 아이를 꾸짖고 성당에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에 크게 상처받은 소년은 훗날 자라서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유고슬라비아에서 기독교를 탄압한 티토 대통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성당의 신부는 실수한 아이에게 "다치지 않았니?"라고 걱정하며 "걱정 말거라, 본의 아닌 실수인데... 너는 커서 훌륭한 신부가 될 게다"라고 위로했습니다. 이 말에 감명받은 소년은 훗날 정말 훌륭한 성직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두 일화는 같은 상황에서 다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4. 현대사회에서의 적용과 의미
가정과 인간관계
가정에서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관계의 질을 결정합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와 같은 작은 말 한마디가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게 만듭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이나 비난은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에게 건네는 부모의 말은 아이의 자존감과 미래를 형성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직장과 리더십
직장에서 리더의 말 한마디는 조직 전체의 사기와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BCG코리아 황형준 대표는 "고금리·저성장·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조직을 향한 리더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한마디는 구성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안정감을 주며, 조직의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습니다.
사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단순히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방향'을 공유하는 리더의 말은 구성원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구조조정과 같은 어려운 결정을 전달할 때도 상황의 배경과 불가피성,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조직의 균열을 방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비즈니스와 협상
사업 협상에서 적절한 말 한마디는 큰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필요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가치 제안을 하는 것,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열쇠입니다.
공적 소통과 외교
국가 간 외교나 정치인의 발언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외교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가 아닌, "국가의 이익과 안위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중한 역할을 합니다. 정치인이나 외교관의 부주의한 발언이 국제적 갈등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지혜로운 한마디가 평화와 협력의 길을 열기도 합니다.
5. 말의 힘과 책임
언어의 이중성
말은 칼과 같아서 생명을 살릴 수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지만, 반대로 말 한마디로 천 냥의 빚을 질 수도 있습니다. 부적절한 말은 오랜 시간 쌓은 신뢰와 관계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말의 윤리와 책임감
말을 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하나의 행위이자 책임입니다. 특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이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침묵의 가치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습니다. 속담에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적절한 침묵을 지키는 것도 지혜입니다. 특히 감정적인 순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6. 실생활에서의 활용 사례
갈등 해소
가족, 친구, 동료 간의 오해나 갈등은 종종 솔직하고 진심 어린 사과나 대화로 풀릴 수 있습니다. "미안해"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치유력을 가지는지는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위로와 격려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함께 할게", "넌 할 수 있어"와 같은 말 한마디는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적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육과 성장
교사나 멘토의 격려와 조언은 학생이나 후배의 인생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너는 할 수 있어", "너의 재능을 믿어" 같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열어주는 열쇠가 됩니다.
인터뷰와 면접
취업 면접이나 중요한 인터뷰에서 적절한 말 한마디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준비된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7. 현대적 의미와 확장
디지털 시대의 메시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의 말은 더 넓고 빠르게 전파됩니다. SNS에 올린 한 문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거나 때로는 예상치 못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메시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말의 경제적 가치
광고, 마케팅, 브랜딩에서 효과적인 메시지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나이키의 "Just Do It"과 같은 짧은 슬로건이 수십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 것은 '말의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는 현대적 사례입니다.
진정성의 중요성
현대사회에서는 말의 기술보다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아무리 잘 다듬어진 말이라도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특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청중은 진실된 목소리를 갈망합니다.
8. 결론: 말의 힘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자기 성찰과 연습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발언 패턴을 인식하고, 부정적이거나 상처를 주는 말을 줄이며,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경청의 중요성
효과적인 말하기는 좋은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이해할 때, 우리는 상황에 적절한 가장 가치 있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언어 문화 형성하기
가정, 학교, 직장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리더와 교육자는 모범이 되어 긍정적인 소통 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 교훈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우리의 말이 가진 힘을 인식하고, 그 힘을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위해 활용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천 냥의 가치를 넘어서는 값진 선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떠오르는 별
서울 강남의 화려한 사무실 단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 꼭대기층에 위치한 '스타브릿지 벤처스'는 이미 업계에서 잘 알려진 회사였다. 젊은 CEO 강민준은 불과 5년 만에 스타트업을 수백억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러나 오늘, 민준의 얼굴은 어두웠다. 창가에 서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보는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대표님, 긴급 이사회 30분 전입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깼다.
"알았어, 고마워."
이사회의 안건은 단 하나,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해외 투자 유치였다. 문제는 회사의 핵심 인재들이 최근 잇따라 퇴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우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무거운 공기가 민준을 감쌌다. 이사들의 표정은 심각했고, 긴장감이 팽배했다.
"자, 시작하지요." 민준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무이사 박준호가 말했다. "최근 3개월간 엔지니어링팀에서만 5명의 핵심 개발자가 퇴사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그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었다. 분기마다 목표를 높이고, 성과에 압박을 가하는 동안 그는 직원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무거운 빚
회의를 마치고 민준은 예전 대학 선배이자 현재 경영 컨설턴트인 김도윤에게 전화했다.
"선배,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급합니다."
두 시간 후, 그들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윤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민준아, 너는 직원들에게 천 냥 빚을 지고 있어."
"천 냥 빚이요?"
"그래,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 알지? 너는 지금 그 반대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큰 빚을 진 거지."
민준은 고개를 떨궜다.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그의 첫 팀원들은 그의 비전과 열정에 감동해서 함께했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서, 그의 언어는 점점 숫자와 성과에 관한 것이 되었다.
목표 달성', '시장 점유율', '투자 유치'... 그리고 점점 '우리'라는 단어 대신 '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직원들은 단순히 더 나은 조건을 찾아서 떠난 게 아니야." 도윤이 이어갔다. "그들은 더 이상 회사에 남아야 할 '이유'를 못 느껴서 떠난 거야. 그 '이유'를 네가 말로 설명해주지 못했으니까."
기억 속의 한마디
그날 밤, 민준은 회사의 초창기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첫 사무실, 첫 제품 출시, 첫 고객 미팅... 모든 이미지에는 웃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한 사진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설립 1주년 파티에서 촬영한 것으로, 그는 테이블 위에 서서 열정적으로 연설하고 있었고, 모든 직원들은 그를 존경과 희망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민준이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이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입니다."
그날 이후 그는 얼마나 많이 이 약속을 잊고 살았던가? 성장에 대한 압박, 투자자들의 기대, 경쟁사와의 싸움 속에서 그는 자신이 처음 시작한 이유를 잊어버렸다.
담대한 결정
다음 날 아침, 민준은 모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오후 4시, 전체 타운홀 미팅을 갖겠습니다. 모든 업무를 잠시 멈추고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누군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또 다른 이들은 회사 매각을 예상했다. 긴장감이 사무실 전체를 감쌌다.
오후 4시, 대회의실은 200명의 직원들로 가득 찼다. 민준이 단상에 올라섰을 때, 방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여러분," 민준이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먼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작에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저는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왜 이 회사를 시작했는지,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러분께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숫자와 목표에 집착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입니다."
민준의 목소리는 진솔했고,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과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의 비전과 열정이 회사의 방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핵심 가치를 다시 정립하고, 이를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것입니다."
천 냥의 말
그 자리에서 민준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직원 복지 개선, 탄력적 근무제 도입, 수평적 의사소통 채널 구축 등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말투와 태도였다. 그는 더 이상 '나'가 아닌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직원들의 눈을 직접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민준이 말을 이어갔다. "저는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스타브릿지는 단순히 성공적인 회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속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도전하며, 함께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연설이 끝나고, 한 순간의 침묵 후에 갑자기 한 직원이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일어나 박수를 쳤고, 결국 회의실 전체가 뜨거운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민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것은 단순한 박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약속에 대한 응답이었다.
변화의 물결
타운홀 미팅 이후, 회사에는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팀장들은 민준의 리더십 변화에 영감을 받아 자신들의 소통 방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주간 팀 회의는 더 이상 단순히 업무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자리가 아니라, 팀원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리로 변모했다.
마케팅팀의 신입사원 지수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팀장은 이를 즉시 프로젝트로 승인했다. 지수의 아이디어는 타겟 고객층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한 것으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법이었다.
엔지니어링팀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팀장 유진은 "타운홀 미팅 이후, 저는 제 팀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의 기술적 고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과 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확산되었고, 사무실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작은 기적
타운홀 미팅으로부터 한 달 후, 민준의 책상 위에 한 장의 편지가 놓였다. 그것은 퇴사한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인 진우가 보낸 것이었다.
"대표님, 타운홀 미팅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는 친구들로부터 최근 변화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런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이 전해준 이야기와 직접 보여준 변화된 사무실 사진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표님께서 타운홀 미팅에서 하신 말씀은, 제가 처음 스타브릿지에 합류했을 때 느꼈던 그 열정과 비전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민준은 즉시 진우에게 연락했고, 그들은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
만남에서 진우는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떠날 때 많은 원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한마디... 그 진심 어린 사과와 변화에 대한 약속이 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우는 그날 이후 회사로 복귀했고,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퇴사했던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연락해 세 명이 추가로 복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투자의 날
투자 유치 결정일이 다가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제 해외 투자자들과의 최종 미팅만 남았다.
"민준 씨,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투자 회사의 대표가 말했다. "최근 귀사의 인재 유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급격한 전환이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민준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는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바로 말 한마디의 힘입니다. 제가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했을 때, 직원들은 그 진정성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회사의 방향을 재정립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지난 한 달간의 구체적인 변화와 개선 사항들을 설명했다. 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 팀 간 협력 증가, 신규 아이디어 제안 건수의 급증 등은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상적입니다." 투자 회사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기술과 시장 분석을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지만, 궁극적으로는 리더와 팀을 믿고 투자합니다. 오늘 민준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날 오후, 스타브릿지는 5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천 냥의 가치
일 년이 지난 후, 스타브릿지는 업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었고, 매출은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 이직률이 업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었다.
한 경영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준은 이렇게 말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저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있다는 것을요."
인터뷰어가 물었다. "그렇다면, CEO로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민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우리 조상들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남겼습니다. 저는 이제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합니다.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재건하며,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열기도 합니다."
그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 천 냥은 약 7000만 원쯤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말 한마디의 가치는... 그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이어지는 여정
오늘도 민준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3년 전 그 타운홀 미팅 이후, 그는 매주 월요일 아침을 모든 직원들과 함께하는 '커피 타임'으로 시작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제는 4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민준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여러분, 오늘도 한 주를 시작하며 우리가 왜 이곳에 모였는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이번 주에도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 고민, 그리고 꿈을 나누어 주세요. 우리는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민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따뜻한 박수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말 한마디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연결, 그리고 공동의 목적의식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치는 어떤 금액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민준과 스타브릿지의 성공 뒤에 있는 살아있는 지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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